“나 몰라? 네 13번째 전남편.” 새로운 팀장이 부임해 온 첫날. 단둘이 남은 팀장실에서 혜원을 지그시 응시하던 그가 말했다. “에?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네 13번째 전남편이라고. 내가.” 잘생긴 얼굴도 저런 소름끼치는 미소를 띨 수 있다는 걸 혜원은 그때 알았다. 남자가 저런 어처구니 없는 소리를 하는데도 광기 어린 그의 눈빛에 순식간에 닭살이 돋았다. 하지만 금세 실소가 터져 나왔다. 뭐? 아직 초혼도 못해 본 나한테 13번째 전남편이라고? 어이없음에 혜원은 피식 웃어버렸다. 어디서 되지도 않는 약을 파니? 하지만 그 남자는 곧 이름 석자를 혜원의 귀에 박아 넣었다. 여유 넘치는 표정으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나라고. 오. 태. 식. 해주건설 대표이사.” 그의 입에서 나온 이름을 들은 혜원은 새파랗게 질리다못해 새하얘졌다. “이제야 기억이 나나 보네?” 그의 싸늘한 목소리에 스파크를 일으키며 점화된 뉴런은 구불구불한 대뇌피질을 지나 안쪽 해마 깊숙히 박혀 있던 그 이름 석자를 결국 찾아내고야 말았다. 오.태.식 그의 말이 맞다. 그는 혜원이 쓴 13번째 쓴 웹소설 속에 등장하는 전남편의 이름이었다. 여주인공의 이름은 늘 그랬듯이 본인 이름과 같은 이혜원이었고. “그럼 이제부터 네가 뭘 해야 하는지 알겠네?” “네?” “벗어. 일단 우리… 그거부터 할까?” 당… 당신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