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교황이었던 라흐미엘은 어둠의 신 아스모데우스에게 새로운 삶을 부여받게 되었다. 부푼 가슴을 끌어안고 눈을 뜬 그곳은 교황 시절에 그렇게나 배척하고 멀리하던 마족들이 사는 곳, 마계였다. “마왕님을 뵙습니다.”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그녀를 향해 마족들은 하나둘 인사를 올리는데. 그녀가 그들에게 할 말은 하나였다. “반가워요, 여러분.” 마족들의 얼굴이 굳어버린 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마계 역사상 착한 마왕으로 남겠다는 레아와 그녀를 ‘개과천악’시키려는 마족들의 고군분투 마계 이야기. 그리고 그런 그녀를 마계로 보낸 어둠의 신, 아스모데우스. “나와 함께 할 때는 규칙, 규율, 선 이따위 건 저 멀리 시궁창 속에 처박아버려! 그딴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막살아!” “막…… 이요?” “그래. 전쟁도 일으켜보고, 살인도 해보고, 남자도 여럿 홀리고 다녀.” 레아가 눈을 깜박거렸다. “까짓거, ‘전쟁에서 승리한 자만이 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세기의 요녀가 되어도 돼! 내가 너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테니!” 레아는 눈앞이 캄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