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 도련님, 저 붉은 복사꽃 좀 보셔요.” 소란스러운 여인의 목소리에 윤은 더 이상 잠을 청할 수 없었다, 붉은 옷소매로 두 눈을 가렸던 팔을 치우고 나무 아래를 바라보았다. 자신의 나무가 핀 도화를 바라보는 여인의 품 안엔 다섯 살 정도의 어린 아이가 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빨간 옷을 입고 있어.” “네, 도련님, 꽃잎이 참 빨갛죠?” 분명 어린 서원의 눈에 윤이 보였으텨, 서원은 울기는커녕 윤을 향해 웃었다. 햇살보다 더 환하고 밝게. 반려 따윈 필요 없다던 윤에게 자신에게 웃는 서원은 마음을 흔들었다. “저 꼬맹이가 혼인을 할 때, 찾아 가야겠구나. 기다려라, 내 섹시야.” <**> “……윤 도령, 그대도 술에 취한 것이오? 나는 사내요. 그대도 사내고.” “내가 제안한 내기가 그대와 내가 사내라서 두려운 것이오?” “…….” 연기와 함께 허공으로 내뱉어진 윤의 말에 서원은 무언가에 홀린 듯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그저 곰방대 하나 문 입으로 말을 내뱉을 뿐인데, 그 모습은 입에서 뱉어지는 싸구려 말과는 판이하게 수려하고 기품 있는 우아한 모습이었다. “아니면 실은 여인의 손 한번 잡아 보지 못한 그대가 갑자기 나와 첫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 두려운 것이오?” 윤의 마지막 말에 서원의 폐부가 크게 울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