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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아는 제가 나고 자란 브리엔 공국을 사랑했다. 소박하지만 활기 넘치는 항구, 그 뒤로 펼쳐진 반짝이는 바다, 언제나 저를 따뜻하게 맞아 주던 제 나라를. 그래서 대륙을 점령하고 있는 올슈틴 제국에 항복해 결국 브리엔이 제국의 총독령이 되었을 때에도, 기꺼이 인질을 자처했다. 언젠가는 꼭, 사랑하는 나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굳게 믿으며. 그러나 브리엔 바깥은 그녀에게 결코 다정하지 않았다. “네가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건 순전히 내 호의니까, 잘 생각하고 행동해.” “…….” “다신 브리엔에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니.” 특히 제국의 황태자, 유제프는 더더욱. *** 그는 몇 번이나 약속을 어겼다. 돌아가 달라는 것도, 다신 나타나지 말라는 것도, 잊어버려 달라는 것도 지키지 못했다. 거짓말도 했다. 너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했다가 무엇이라도 되어 달라고도 했다. 아멜리아가 발밑에 무릎을 꿇고 울어 달라고 명령하면 그렇게 할 것이다. 스스로 목을 베어 갖다 달라고 해도 기쁘게 따를 생각이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자신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그래서 유제프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기껏해야 아멜리아가 있는 브리엔을 지킨다는 맹세를 명목 삼아 발악하고 있을 뿐이다. 죄의 피를 뒤집어 쓴 갑옷을 입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