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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포스와 인간 세상에 나에 대한 소문과 악명이 자자하단 걸 잘 알고 있다. 그것들은 한낱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 신들은 언제나 이야깃거리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마음껏 뜯고 씹으라고 내버려 뒀다. 이젠 진실을 말해 보려고 한다. 지금껏 무수한 소문에도 아무도 하지 않은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왜 지금이냐고? 올림포스 신들의 전성기가 끝나 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야, 나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그릇은 오직 나 자신의 목소리뿐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고로, 이건 나의 이야기다. 오롯이 나 자신의 시점으로 다시 써 내려간 이야기. 그것은 가이아와 제우스 간의 양차 전쟁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나의 벗 메티스를 위한 만가이며,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이 트로이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변론인 동시에 내가 사랑한, 이 세상에서 올림포스의 제왕인 제우스를 상대로 겁을 상실하고 대항한 유일한 인간인 한 남자에 대한 연서이다. 나는 아직 역사가 써지지 않은 새로운 땅에서, 현명한 켄타로우스 한 마리와 아가필리아라는 이름의 훌륭한 조수의 도움을 받아 이 기록을 완성하였다. 누군가 이 이야기를 읽고 있다면, 그건 지혜로운 아테나의 허락이 있었음을 전제할 것이다. 이야기를 완성한 뒤 그녀에게 맡겼기 때문이다. 내뱉어야 할 말을 내뱉었고, 써야 할 말을 다 옮겨 썼으니 비로소 자유로움을 느낀다. 나는 헤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