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시선이 계속 마주치자 건은 눈을 더 감기는 대신 등을 토닥였다. "너는 좋은 냄새 나." "당연하죠, 방금 씻었는데. 얼른 자라니까요." "잠 안 오는데." 그 말과 함께 진형은 건의 너른 가슴팍에 이마를 가볍게 비빈 후 그를 따라 하듯 허리를 감싼 손으로 건의 등을 느릿하게 쓸어내렸다. 그래도 내가 좀 더 어른이니 이 어린놈을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건은 그 손길을 제지하지 않았다. "건아." "네." "미운 정도 정이고, 애증도 사랑이래." 진형의 말에 건이 피식 웃었다. "그게 뭐예요. 악법도 법이다 패러디한 건가?" "…뭐가?" "……취객 말을 받아주는 게 아니었는데." 고개를 저은 건은 얼른 자라는 말과 함께 좀 더 진형의 등을 강하게 두드렸다. 분명 졸리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박자감 있게 등을 두드리는 손길에 잠기운이 몰려왔다. 진형은 가물거리는 눈을 억지로 뜨는 대신 꾹 감고 건의 가슴에 이마를 대었다. 규칙적인 심장박동 소리가 나긋한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너도 나한테 그런 긍정적인 감정이 생기면 좋겠어. 네가 좋아하는 것들의 목록에 들어가지 않아도 되니까, 미워해도 좋으니까, 아주 조금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