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때도 칼 같이 더치페이를 하는 남자 친구. 그러던 어느 날 남자 친구가 다른 여자랑 바람 피우는 걸 알게 된다. “여자친구 보고 싶다고 전화를 다섯 번이나 해놓고 바람을 피웠다고요?” 흥미롭다는 듯 낮게 웃는 소리가 연희의 귓가에 꽂혔다. 연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는 마치 재밌는 오락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짓궂은 관람객 같은 표정으로 연희를 바라보고 있었다. 흥미로움, 호기심, 그리고 약간의 이성적인 호감. 연희는 그의 눈빛에서 그가 연희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간파했다. 연희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강철과도 같은 강인한 눈빛이 그녀를 꿰뚫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우진의 눈빛에서 가능성을 읽었다. 어쩌면 이 남자라면……. “술 사주시겠어요?” 수줍음 따위는 없는 도박과도 같은 물음이었다.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한 눈빛이 그의 칼날과도 같은 시선을 받아내고 있었다. 과연 그녀는 피폐물 남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