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는 그림 같은 미모로 사랑을 받았지만 엉망인 연기력과 더 엉망인 머리로 인해 망가진 배우의 전형이 되어버린 헤일리 러스크. 그는 자신의 열렬한 사랑 고백에 차갑게 밀쳐버린 레이노아 레이칼튼에게 앙심을 품고서 모종의 계획을 세우고, 3만 달러란 거금을 들여 뭔가를 사들인다. 그리고 그 계획을 가동한 순간, 헤일리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닫지만 운명은 더 이상 그의 편이 아니었다. 미소 하나만으로도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수 있는 미국인의 왕자님 레이노아가 친절을 베푸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거기엔 마음을 담을 필요가 없으니까. 그가 관심을 주는 대상은 오직 하나, 그의 마음도 모른 채 위험한 전쟁터를 누비고 다니는 메이슨뿐이다. 하지만 어떤 보답이나 관심을 바라는 건 아니었다. 조용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과분할 만큼 그는 노아의 삶을 지탱해주는 커다란 기둥이니까. 빈민가의 삶이 다 그렇듯 메이슨 또한 그냥저냥 살다 죽을 평범한 삶이었을 거다. 우연히 길에서 그 소리를 듣기 전에는. 그 짧았던 첫 만남은 삶을 크게 뒤흔들지 못하는 듯했다. 그가 변변찮은 자신의 삶에서 모든 것을 잃고 화약 냄새 가득한 곳을 향해 자살하는 심정으로 몸을 던지기 전까지만 해도. 그리고 마침내 메이슨의 운명은, 시작부터 불안했던 작전으로 인해 꿈에도 생각 못 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만다. 『제발, 당신이 세상에 없다고는 하지 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