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부탁은 간단했다. “우리, 이혼해요.” 위자료도 필요 없으니 이혼해 줄 것. “나를 그렇게까지 싫어했나.” “좋아하지도 않았죠.” 그들의 결혼 생활은 한 편의 연극무대였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의 현실에 들어와 있었다. “거절하지.” “네, 거절…… 네?” 자경의 맑은 눈동자에 비친 자신을 보며 깨달았다. “나한테 받고 싶은 게 있으면, 잘 보여서 받아 내면 될 거 아닌가.” “당신한테 잘 보여서, 이혼을 받아 내라고요?” “잘해 봐.” 세상에 단 하나뿐인 제 아내를, 놓아줄 수 없다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