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뜬 숨이 유리벽에 뿌옇게 달라붙었다. 번진 숨과 함께 유리벽에 바짝 붙은 예은은 뒤에서 이어지는 추삽질에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 자꾸만 비틀댔다. 매끄러운 유리벽에 얼굴이 쓸리기도, 가슴살이 쓸리기도 했다. 재우는 알면서도 얕게 뜬 눈을 하고서 예은을 내려다보았다. “좋아?” 재우가 예은의 뒤에서 거친 숨소리가 섞인 음색으로 물었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이 입에 물린 예은은 차마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위아래로 고개만 끄덕일 뿐. 두 사람의 거친 숨소리가 적막한 집안을 가득 메웠다. 은은한 조명이 집안을 비추었고,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창에는 두 사람의 정사가 적나라하게 비추었다. 재우가 벽을 짚은 예은의 손등을 포개었다. 그리곤 예은의 손을 밑으로 끌어내려 아직 벗겨지지 않은 레이스 속옷 속으로 손을 밀어 넣었다. “만져 봐. 얼마나 젖었는지.” 속삭이듯 말하는 재우의 음성이 예은의 귓불을 뜨겁게 달궜다. 창밖의 어둠으로 인해 유리벽은 두 사람의 모습을 흐릿하게 비췄다. 그 덕에 보인 남자의 모습. 느른하게 풀린 눈과 헝클어진 갈색 머리는 예은이 좋아하는 남자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