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에 날개가 달린 채 태어난 준오를 수술한 것으로 인해, 자신이 천사를 낳았다고 믿는 독실한 기독교도인 어머니와 무교인 아버지는 삐걱거리고 결국 어머니는 준오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죽고 만다. 어머니의 사랑을 받지 못한 형 민오의 차가운 분노와 부인을 잃고 자식에게 무심해진 아버지를 피해 결국 준오는 밤거리를 떠돌게 된다. 그런 어느 날, 형 민오에게서 아버지가 재혼할 거란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 아버지의 회사. 그러나 아버지는 준오를 봤는지 못 보았는지 무심히 건물을 떠나고, 준오는 무심히 그 건물 옥상으로 발길을 옮긴다. 하늘에 홀린 것처럼, 더 가까워지고 싶어서 걸음을 내디딘 준오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자신이 알던 현대의 지구와는 전혀 다른 곳에 떨어졌다는 걸 깨닫게 된다. 심지어 등에는 날개까지 돋은 모습으로. 숲에서 알게 된 니람 덕분에 낯선 세계에서 적응해가던 준오는, 어느 날 숲을 찾은 공작 블레제 리하르트 폰 샤마이어 슈테가노와 만나게 된다. 그의 첫인상은 경계심을 품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블레제 또한 생전 처음 보는 하얀 날개를 단 소년의 모습에 놀라긴 매한가지였다. 심지어 그는 말도 제대로 못하지 않은가. 모든 것을 다 가져 더 이상 뭔가를 갖고 싶다는 소유욕은 자신에게 없을 줄 알았던 블레제는, 그 소년과 만나고서 자기에게도 이렇게 강렬하게 뭔가를 손에 넣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