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을 알아온 소꿉친구. 그녀가 갑자기 여자로 보여 당황스럽다. “한은성, 지금부터 내 말 잘 듣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 “지금 바로 돌아서서 문 열고 나가. 이쪽은 절대 돌아보지 말고. 어서!” “싫어. 안 나가.” “한은성!” “소리 지르지 마! 소리 질러야 할 사람이 누군데! 너 나랑 이대로 영영 얼굴 안 보고 지낼 거야? 그런 거 아니면 일단 나 봐. 나부터 보라고!” 읏. 앓는 소리를 내며 도영이 상체를 꼬꾸라뜨렸다. 귓등부터 목까지가 새빨갛게 달아올라 꼭 터질 것만 같았다. 어딘가 아픈 게 분명했다. 은성은 한 발자국 도영에게 다가갔다. “오지 마! 돌아서도 내가 돌아서. 근데 너 후회할 거야. 그래도 내가 지금 널 보길 바라? 마지막 기회니까 잘 생각하고 대답해.” “안 해. 내가 왜 후회를 해.” 망설임 없는 대답에 도영이 살짝 옆으로 몸을 틀었다. 찰그락. 알 수 없는 금속음이 났다. 바지춤에 채워져 있어야 할 벨트가 풀어져 침대 밑으로 늘어져 있었다. 그 위로 살짝 검붉은 살덩이가 보였다. 잠시 주춤하던 은성은 이내 그것이 귀두라는 걸 알아차리고 악, 억눌린 비명을 질렀다. “그러니까 내가 잘 생각하랬잖아. 다 큰 남자 방에 오면서도 넌 이런 상황 조금도 생각 못 했지? 너한테 난 남자가 아니니까. 그런데 어쩌냐. 난 남자고, 내 좆은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