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를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도혁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조금만 더 같이 있읍시다.” “제가 왜 그래야 하죠?” “내가 당신하고 있고 싶으니까.” 웃음을 감추려는 도혁의 입꼬리가 고혹적으로 휘어졌다. 한 발. 그의 도발적이고 강렬한 눈빛이 단숨에 그녀의 심장을 장악해 나갔다. 두 발. 그녀와 시선을 맞춘 도혁의 입술이 천천히 굵은 숨을 뱉어 내며 벌어졌다. “매일 밤 당신을 갖는 상상을 했어.”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도혁은 두 팔을 뻗어 수연의 허리를 거칠게 끌어당긴 후, 부드러운 손끝을 움직여 그녀의 등줄기를 타고 천천히 올라갔다. “읏, 이사… 님.” “지금은 말할 타이밍이 아니지. 지 비서.” 처음부터 두 사람은 이렇게 만나 사랑하게 될 운명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