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연 쌤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한 번만.” 어차피 경력 많은 선배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었으나 곧 까무러칠 것 같은 선배 앞에선 더더군다나 거절할 수 없었다. “미친 조폭 새끼가 무슨 결벽증이라도 있나, 어제 샤워해 놓고 오늘 아침에 또 했어.” 혜윤은 조용한 VIP 병동 복도를 한 번 쓱 훑어보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더니 나연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칼에 맞았으면 좀 가만히 있어야 할 거 아냐. 응? 아프지도 않나? 기껏 두 동강이 난 용 문신 원래대로 붙여 줬더니 뭐하는 짓이냐고! 봉합 터지면 다시 그림 붙이지도 못해! 용 눈깔 짝짝이 된다고!” 참아왔던 말을 내뱉는지 얼굴이 벌게진 채 혜윤의 말이 점점 빨라졌다. “그래, 상처에 방수포야 그렇다 치자. 상처 안 벌어지게 잘 해주니까. 그런데 왜! 라인 잡은 건 빼달라고 하냐고! 응? 내가 헤파린 캡 잘 꽂아서 절대 물 들어가지 않게 잘 조치 취해준다고 해도 안 된대.” “네…….” “라인 잡아 놓은 거 3일 가는데 그 인간은 뭐 한다고 하루에 한 번씩 빼달라고 하냐고! 으!” “하루라도 안 씻으면 찝찝한가 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