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가 언제 그랬냐는 듯 미소를 싹 거두고 진지하게 말해, 윤성은 무의식중에 몸을 곧추세웠다. 묘한 긴장감이 돌면서 싸한 기운이 느껴졌다. 윤성은 굳은 얼굴로 천천히 벌어지는 붉고 도톰한 은수의 입술을 뚫어지라 응시했다. “저는, 사랑 없는 정략결혼은 해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아이는 낳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 아이는 바라지 말아요. 낳지 않을 거니까. 그것마저 수용할 수 있으면, 결혼할게요.” 빛나고 싶어 빛을 향해 달려가는 여자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빛을 흡수하며 빛나는 남자. 결국,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다. 서로를 눈이 부시도록 빛나게 해주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