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가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채은. 하필이면 과거 첫사랑이자 현재 팀장인 강준도 봐 버렸다. “그래서 언제 헤어질 건데?” “언제 헤어지건 팀장님하고는 상관없는 일인데 왜 궁금해하세요?” 불감증이냐는 막말에 데이트 폭력까지 행사하던 놈이었다. 당연히 헤어질 생각이지만, 관심을 보이는 강준이 어이없었다. 10년 전 제 고백을 무시할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아니, 그것도 오늘 같은 날 하필 이러는 저의가 뭐예요?” “모처럼 기회가 왔는데 그걸 놓칠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라서.” 게다가 말도 안 되는 소리까지. “손님방 빌려 줄게. 한동안 거기서 지내.” 엎친 데 덮친 격, 이별 통보에 대한 보복을 피하려 강준의 집에 머물게 되는데… * “선배도 그럴 거잖아요… 나무토막이라느니, 석녀라느니…” 가슴에 가시처럼 박혀 있던 말들이 취기를 빌려 튀어나왔다. “누가 그래? 누가 너한테 그따위 말을 지껄였냐고.” 들려온 낮은 목소리에 채은은 놀라서 눈을 끔벅였다. 강준의 목소리는 거칠기 짝이 없었다. “확인해 볼래?” 거리를 두고 앉아 있던 강준이 어느새 다가와 있었다. “정말 나무토막 같은지, 아닌지. 확인해 보자고.” 채은은 몸을 뒤로 물렸으나 도망에도 한계가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 든 생각이 무엇인지 빤히 보인다는 것처럼 강준이 물어 왔다. “내기할래? 나는 그 새끼들이 틀렸다는 걸 증명할 수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