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제 남자친구를 빼앗아 가면서도 순진한 척 미소 짓던 유지연. 그 애가 조각같이 근사한 약혼자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이 우스웠다. “나도 너처럼 장난 좀 쳐 볼까.” 놀리듯 가볍게 중얼거리던 그때의 설희는 몰랐다. 농담 삼아 뱉은 말이 현실이 될 줄은. “권이로 고객님, 라헬이랑 정말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궁금해요, 차설희 씨?” 하필 권이로가 갤러리에서 애타게 찾고 있는 유명 작가 라헬의 지인이라니. 그때부터 그와의 관계가 비틀리기 시작했다. “호텔? 그쪽 집? 아님, 유지연이 못 찾을 만한 곳? 그쪽이 정해요.”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는 게 아닌데.” “그럼 제가 고를까요? 지금 나랑 자요.” 어설프게 시작해 버린 장난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 다른 장난을 불러오고 마는데……. “내가 어떻게 지켜 온 동정인데. 내 순수함을 짓밟고 도망갔잖아요, 차설희 당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