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남은 유일한 용이 된 지 약 300년, 집 삼아 지내는 산속에 웬 아이 하나가 굴러들어왔다. “아가, 도움이 필요하니?” 집 앞마당에서 상처투성이에 지저분하고 깡마른 아이를 발견한 어른 용이 해야 할 일은 아주 간단했다. “보살펴 줄게.” “뭐, 이거 놔!!” “아프게 하지 않을게.” “싫어, 싫다고!” 성체는 어린 생물을 보호할 책임이 있고, 생존에 있어서 어린 생물의 의견은 때때로 묵살되기도 하는 법이다. 용은 반항하는 아이를 안아 들고 집으로 향했다. **** 그랬던 적도 있더랬지. 용은 저도 모르게 첫 만남을 회상하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살아있었네요.” 남자가 웃었다. 즐거워서 짓는 미소는 아니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어쩌다 그렇게 생각했어?” “그냥, 그렇게 들었으니까.”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인가. 용은 드물게 당황하며 피치 못했던 잠수를 설명하려고 했다. “저 일하러 가야 하는데.” “…….” “더 할 말 없으면 나가줄래요?” 그러나 남자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귀찮음이 만연한 미소, 불청객을 내쫓듯 성가신 축객령. 8년 후의 만남, 저를 볼 때마다 환하게 미소 짓던 아이는 이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