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우는 북 자명고(自鳴鼓) 천 개의 해가 뜨고 천 개의 달이 지자 솥 안에서 짐승의 머리가 튀어나왔다. 소의 귀, 토끼의 눈, 낙타의 머리를 가진 이룡이었다. 고서는 말한다. 「이룡은 뿔이 없으며 만물에 해를 끼친다. 이 용의 가죽을 벗겨 북을 만들면 그 북은 적군이 오는 것을 저절로 알려 주는 신령한 북이 될 것이나 결국은 그 나라를 망하게 할 것이며, 이 용의 심줄로 활을 만들면 그 활은 겨눈 것은 모두 맞히는 신궁이 될 것이나 결국은 그 주인을 잡아먹고 말 것이다. 뿔이 없으며 만물에 해를 끼친다는 이룡. 그 용의 가죽을 벗겨 만든 신령한 북. 용의 심줄로 만든 신궁. 세상의 어떤 물건도 집어넣을 수 있고, 세상의 어떤 물건도 익혀 낼 수 있는, 불을 때지 않아도 혼자 펄펄 끓는 황제의 솥. 서력기원 1세기 고구려를 무대로 마법과 환상의 세계가 펼쳐지는 소설 <자명고> <자명고>는 역사적 사실에 독특한 상상력을 엮어, 이천 년 전, 호동왕자와 낙랑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신비로운 이야기로 완성해냈다. 사랑 때문에 나라의 운명을 건 북을 찢고, 아버지에게 죽임을 당한 여인. 나라의 명으로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누명을 쓴 채 자결해야 했던 사내. 이들의 이야기는 결코 비극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