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이 벽에 부딪치면서 쿵 소리를 냈다. 내 앞에 놓여 있던 물컵이 엎어졌다. 물이 흘러 유리판 사이로 스며들었다. 어느 순간인가, 내 영혼이 눈물에 섞여 물처럼 흘러내렸다. 그리고 나는 테이블이 되었다.” 좋게 말하면 보호 본능을 불러일으키는 사람이고, 엄밀히 말하면 보는 이로 하여금 걱정이 절로 우러나오도록 만드는 ‘걱정 유발자’. 불운이 따라다니는 ‘재수 옴 붙은 애’. 찢기고 버려진 인형 같은 여자 박은아 그녀는 젊은 여자 세 명이 실종된 동네의 집 한 채를 엄마의 유산으로 물려받는다. 엄마의 영정을 껴안고 울던, 엄마의 죽음을 그녀보다 더 슬퍼했던 남자가 세 들어 사는 집이었다. 인형을 만드는 남자. 햇살처럼 반짝거리며 웃는 남자. 아무도 가져가지 못하게, 아무도 망가뜨리지 못하게 그녀를 지키고 싶어진 남자 이준환 “내가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 돼요. 은아 씨한테 빠져서 정신 못 차리는 사람이 한 명 있다는 걸 잊지 않으면 돼요. 힘들 때, 살기 싫어질 때,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은데 갈 곳이 테이블이나 소파밖에 없는 것 같을 때, 그럴 때만이라도 나를 생각해 줘요.” 그런데 저런 미소를 짓는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고? 흉흉한 동네의 무당집을 물려받은 어린 유부녀 은아와 그 집 2층에 빨간 가마를 놓고서 인형을 만드는 친절한 미남 세입자 준환의 기묘한 동거 생활.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충격적 비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