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유한. 태어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삶이 행복한 적이 없었다. 살아있는 이 삶이 그저 지긋지긋하기만 했다. 그런 그의 눈에 처음으로 예뻐 보이는 여자가 생겼다. 자신과 다르게 반짝이는 빛으로 가득한 여자, 박은채. 그래서 감히 그녀와의 미래는 꿈도 꾸지 않았다. 혹여 자신의 불행이 그녀마저 짙은 어둠으로 끌어들일까 두려웠다. 하지만 거침없이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녀에게 점점 마음이 흔들렸다. 너를 어쩌면 좋을까? 그녀, 박은채. 어릴 적 단 한 번의 만남, 하지만 그 만남은 그녀에게 구원이 되었다. 그 기억을 홀로 가슴에 안은 채, 선배인 유한을 오랜 시간 짝사랑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러나 점점 욕심이 생겼다. 당신이 내 옆에서 행복해지면 좋겠다. 민서은 작가 단편소설 '이웃집' 시리즈 3 『이웃집 선배』 발췌글 >> 그녀는 욕실 밖으로 나오는 그를 향해 해사한 미소를 지으며 손짓했다. 그 미소를 보자 애써 억눌렀던 욕망이 다시 치솟았다. 곧장 그녀 곁으로 다가간 그는 두 손을 뻗어 말랑거리는 하얀 볼 살을 감쌌다. “선배?” 그녀의 입술에 곧장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 놓아줄 수가 없었다. 놓아주기가 싫었다. 살짝 벌어진 입술 사이로 혀를 밀어 넣어, 그녀의 혀를 휘어 감았다. 호흡과 호흡이 얽혔다. 나는 비로소 너로 인해 다시 숨을 쉴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