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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지냈어?” “네, 저는 잘 지냈어요.” “그래 보여. 억울하게도.” 성북동 도련님, 장남의 막내 아들, WS그룹의 차기 후계자. 별채에 살던 그녀에게 강재혁은 처음으로 좋아한 사람이었다. 우상이자, 추억이자, 고백 한번 해 보지 못한 미련. “지금 이 상황, 네가 내 바짓가랑이 잡고 부탁해야 할 상황 아닌가. 너 부탁 잘하잖아.” “그건, 옛날 일이고요.” 흔적도 추억도 남기지 않고 도망치듯 떠났던 성북동. 그로부터 9년. “해 봐. 내가 들어줄 수도 있잖아.” 삐딱한 웃음을 달고 재회한 강재혁은 더 이상 곱게 자란 도련님이 아니었다. *** “미안한데요.” “뭐가.” “대표님은 제 취향 아니세요.” “…….” “이제는 대표님과 저는 드라마 취향도 다르고요.” 대표님 드라마는 재벌물, 나의 드라마는 청춘물. 우리가 함께하는 드라마는 절대 그녀가 원하는 로맨스가 될 수 없을 테니. “나랑 세 번만 데이트해.” 세 번. 강재혁과의 데이트. “제 취향 아니라서…….” “취향인지 아닌지 판단해 보라고. 사귀자는 거 아니고. 가볍게.” 하나, 둘, 셋. 열 손가락 중 세 개는 반의반밖에 안 되는 숫자이다. 첫사랑에게 미련이 남아 아무도 못 만나느니. 그래, 세 번 만나고 털어 버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