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하고 무정하기 이를 데 없는 지아비, 파안제국의 황제 주단휘와 단단히 척진 채 살아온 허울뿐인 황후, 아리. 어느 날 청천벽력처럼 들려온 후궁 초혜의 회임 소식에 단휘에게 환멸을 느낀 아리는 홧김에 출궁을 하고, 폭우를 피해 잠시 쉬어 가려던 기루에서 자신을 노리는 자객들과 맞닥뜨린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절체절명의 순간, 그녀 앞에 홀연히 나타난 흑의의 사내……. 아리는 사내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목숨을 부지하지만, 온통 수상쩍기만 한 그와 함께 적국 아라하와의 국경인 미우강을 건너게 된다. 강 너머에서 마주하게 된 암담하고 경악스러운 현실에 아리는 망연자실하는데……. 한편, 수소문 끝에 아리의 행방을 찾아낸 단휘는 그녀를 되찾기 위해 일생일대의 도박을 건다. 이번 가출은 너무 길다고 생각하지 않나, 황후. 뒤늦은 후회는 간절함만큼이나 무모한 것이었으나, 이런 말, 미친놈처럼 들리겠지만……. 보고 싶었어, 아리……. 내 진정으로 그대가…… 보고 싶었다……. 생애 처음 건넨 서툰 고백은 틀림없는 그의 진심이었다. 천 번을 밀어낸다 해도…… 두 번 다시는 그녀를 안은 손을 놓고 싶지 않을 만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