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보다 여자 마음을 잘 아는 구두 디자이너, 박하랑 구두보다 운동화가 더 좋은 실력파 웹 개발자, 윤해봄 소꿉친구로서 같은 지붕 아래에서 산 지 10년째,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 “좋아해, 내가 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하랑은 한참만에야 장난을 빙자한 진심을 꺼냈다. 뜨거운 진심을 담아 한 말이었지만, 감추기는 어렵지 않았다. 자신을 올려다보는 해봄의 불안한 눈동자에 담담한 손길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애끓는 속을 감춘 채 그녀에게 입 맞추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달랬다. “진지해서 진짜인 줄 알았잖아.” 하랑의 눈치를 보다가 입을 뗀 해봄은 허탈한 표정으로 웃는 그를 따라 웃었다. 그의 대답에 괜히 심장이 뻐근해지는 것 같았지만, 어색하게라도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마음속에 자리잡은 친구라는 견고한 관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으니까. 그녀는 일부러 더 크게 웃었다. 《은밀한 하우스메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