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은 알지도 못했던 집안의 내력 때문에 아빠와 오빠가 함께 죽었고, 그녀 자신은 납치당할 뻔했으며 천안(千眼)의 유일한 후계라는 이유로 그녀가 살던 세상이 아닌 '수계'에서 당분간 지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것도 인간이 아닌 용 '미르족'과 함께 지내면서 그들에게 '각시님'이라 불리는 처지로. 이것만으로도 차고 넘치는데 그녀, 수완을 구해 준 흑미르의 장 칠야는 무언가 그녀가 알지 못하는 꿍꿍이를 품은 채 그의 본모습을 못 보게 하면서 그녀의 마음을 위험하게 흔들기 시작하는데…. “그럼, 당신은 날 왜 돕는 건데요?” “내가 돕는 거로 보였어?” “날 돕는 게 아니었어요?” “아닌데?” “그럼, 대체 뭔데요!” “막는 거야.” “뭐라고요?” “막는 거라고. 신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 자를 다른 데 넘겨줄 순 없으니까.” “뭐예요? 그럼 난 계륵(鷄肋)인 거예요?” “아니지, 그건.” “이것도 저것도 다 아니면, 난 뭔데요? 그럼?” “계륵은 버리기도, 갖기도 뭐한 거지. 달리 말하면 삼키기도, 뱉지도 못하는 거잖아?” “그래서 어떻다는 건데요!” “난 아니야, 삼키고 싶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