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왜 여기서 나타나?” “안 될 이유 있나.” 새엄마의 닦달에 못 이겨 등을 떠밀려 나오게 된 맞선자리, 그곳에서 마주한 은밀한 사생활 파트너 권희재.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 침대에서 격정적으로 뒹굴다가 아침에 헤어졌는데. 오후에는 일식집에서 식사를 두고 나란히 마주 앉아 있는 우리 둘. 어째서, 무엇 때문에, 권희재가 나의 맞선 상대가 되어 있는 걸까. 1년 전 그날 밤부터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하자, 결혼.” “난 안 해.” “하게 될걸.” “확신하는 이유가 뭐야?” “이제 몰래 안 만나도 되고, 침대에서 대놓고 굴러도 누가 뭐라 할 사람 없잖아.” “…….” “그러니까 너한텐 나랑 결혼하는 게 무엇보다 남는 장사인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