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회에 참석한 솔은 갑작스러운 이태훈의 등장에 멈칫했다. “안녕.” “안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기다란 손가락 끝에 걸려 있는 담배가 반쯤 타들어 가고 있었다. 태훈은 재킷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열었다. 남자가 필요했다고 말하면, 이 상황에서 무엇이 달라졌을까. 넥타이를 끌어당기는 그의 모습이 눈에 아찔하게 감겼다. “너 돈이 필요하다며. 난 여자가 필요한데.” “…….” “누가 먼저 씻을까. 너? 아님 나?” 이제 와 동창과의 풋풋한 재회를 상상하는 것조차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