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려고 힘들게 노력하며 지냈던 시간을 허무하게 마주해 버렸다. “데뷔를 안 했던 건 내가 선택한 거야. 못 한 게 아니라.” 불합리한 걸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 미래를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줄은 몰랐다. 남자는 한류스타가 되어 있었고 여자는 다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있었다. 생각의 끝에 다다랐을 때 여러 사람의 환호성으로 백화점 안이 떠나가라 울렸다. “팬이에요.” “팬이요?” 강훈의 눈썹 한쪽이 삐딱하게 올라갔다.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건지, 정말 그녀의 말대로 그때의 기억이 지금까지의 나를 지배하고 있는지 그 어느 쪽도 확실한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