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게 권나영을 짝사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어가고 있다. 단짝친구라는 이름으로 힘들 때면 언제나 내게 기대오는 순간이 나는 가장 행복했다. 그러니까 너의 부탁은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나만의 불문율이다. 그렇지만 다른 여자를 내 집에 들여달라는 부탁이라니... "언니랑 이러면 안 되는 거예요?" 너를 위해 부탁을 들어줬을 뿐인데, 잔잔하던 내 세상에 심상치 않은 파동이 조금씩 일기 시작했다. "이미 되돌릴 수 없잖아요." 내가 방금 아니, 우리가 방금 뭘 한 거지...?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거지. 우리의 그럭저럭 평범했던 동거는 그렇게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리고 말았다. "어때, 니가 원한 거란 게," "아흣...." 정말 무슨 짓을 해도 괜찮을까? 과연 넌 어디까지 괜찮을 수 있을까. 이젠 나도 잘 모르겠다.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어버린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