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얼굴은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와 다름 없었다. 그러나 온몸 위에 자리 잡은 흉터는 지옥에서 간신히 버틴 훈장 같았다. “타락하는 천사…….” 여은은 남자를 발견했던 순간, 얼굴과 가슴 위로 성호경을 그었다. 지옥 불에서 간신히 꺼내 올린 거라 착각했지만, 그는 어느 날부턴가 짐승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는 가끔 너를 짐승처럼 보는데, 넌 어때?” 그가 검지로 그녀의 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밤하늘 위로 떠 있는 별만이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상에 남자의 온도는 큰 위로가 되었다. 그에 대한 감정을 자각하기 시작할 때쯤, 그는 흉포한 포식자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