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 안야는 손도 빠르고 야무져서 어딜 가도 항상 일 잘한단 칭찬을 듣지만 한 곳에서 6개월 이상을 넘기질 못한다. 바로 남성들의 추파 때문이다. 귀족이든 사용인이든 상관없이 남성들은 안야에게 추근댔다. 그나마 같은 사용인들의 집적거림은 어떻게든 막을 수 있었지만, 위력을 가진 귀족 남성들의 추근댐은 정말이지 안야를 힘들게 했다. 어느 늙은 귀족은 첩이 되길 거절했더니 모두가 기피하는 일에 안야를 배정했고, 어느 집 도련님은 잠자리를 거부하자 안야의 숙소를 난방도 제대로 안 되는 허름한 곳으로 옮기기도 했다. 누군가는 말했다. 가만히 있어도 당하는 거 그냥 제안을 받아들이지 그랬느냐고. 그들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편하게 살 수 있지 않겠냐고 말이다. 안야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그리고 실제로 행동에도 옮기려 했다. 존스톤 남작의 장남이 뒤에서 갑자기 안야를 껴안았을 때, 안야는 이대로 눈 딱 감고 넘어가 주려고도 했었다. 그런데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욕망에 젖어 번들거리는 그의 입술이 눈앞에 다가온 순간, 안야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냅다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아 넣었다. 소리치는 그를 뒤로하고 도망쳐 나오면서 안야는 생각했다. 천한 것이 쓸데없이 고고하기까지 하니 편하게 살기는 글렀구나! 그런 안야에게 어느 날, 제국 최고의 인기남이자 바람둥이로 유명한 라르스 프레이 대위가 다가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