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딧 (단행본)

“참고로 말씀드리지만 이 영화, 제 입봉작이에요.” “그래서?” “저한테는 영화의 성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죠.” “그러니까 나하고는 같은 편이 될 수 없다?” 처음부터 그 남자, 차건은 수연에게 위험하기 그지없는 남자였다. 감독이 하필이면 그녀의 시나리오를 뺏은 놈이라는 것도 감수하고 겨우 손에 쥔 입봉작인데, 투자사 대표이면서 영화가 안 되길 바라는 게 차건이었으니까. 어떻게든 엔딩 크레딧에 제 이름을 올리고 싶은 수연은 그에게 거리를 두려 한다. 하지만 거리를 아무리 두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가온 건으로 말미암아 수연의 마음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흔들리기 시작하는데…. “이상한 일이지. 나 원래 이렇게 오버하는 스타일 안 좋아하는데.” “……!” “잘됐네요. 저도 그쪽 별로거든요.”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 봐야지. 글 쓰는 사람 맞아?” “이제 직업적인 자존심까지 건드리는 거예요? 제가 이래 봬도요…….” “아직 입봉도 못 한 시나리오 작가지.” “말 다 했어요?” “…….” “저 이 차 안 타요. 내릴래요.” “문 열어요.” “진정 좀 해.”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한테 끌린다는 소리잖아. 말의 행간을 유추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