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너머에 사는 특별한 소꿉친구를 가진 유리. 이대로 죽는 건가 싶었던 어느 날, 그녀는 친구의 세계에서 눈을 뜬다. “탑에 갇혀 있던 금발의 여자아이를 찾아요.” 야심차게 시작된 친구 찾기. 하지만, 이세계에서 처음 마주친 남자가 자꾸 눈에 밟힌다. “이런 상황에서 잠들지 마. 위험하니까.” 좀처럼 종잡을 수 없지만 유달리 다정한 듯한 그, 시로이브. 그리고… “이제부터 넌 나의 이크발이야. 그러니 같이 가자.” 들이대도 너무 들이대는 카슈의 왕제, 아사르. “너, 멍청한데 재미있다? 데려갈래. 왜냐고? 내 맘이니까.” 속이 시커먼 게 다 보이는 사회 부적응자, 비아트리스까지. 유리는 과연 친구를 찾을 수 있을까? ** 처음 보는 희끄무레한 액체에 손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갸우뚱거리다 살짝 혀끝을 내밀어 손가락을 핥으려는 그 순간. “안 돼.” 시로이브가 그녀의 손목을 붙들었다. “입에 넣으면… 나도 더는 못 참아.” 그의 시선이 아직도 몽롱한 유리의 눈동자를 훑었다. 가쁜 숨이 섞인, 지독히도 낮은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