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욕스러운 가족에게서 도망쳤다. 다시 나를 찾아온 그들을 피해 달아나던 중, 막다른 길에서 만난 의문의 남자. 수상하고도 아름다운, 처음으로 내게 도움의 손을 내민 남자를 따라간 것은 따로 선택지가 없던 탓이었다. “왜 도와줬어요?” “밤잠 못 이루고 내내 당신 생각만 할 것 같아서.” 베일에 꽁꽁 싸여 있지만 누구보다 다정한 그에게 속수무책으로 빠져들어 갔다. 헤어질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만큼. …그의 정체를 알기 전까지는.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그러게, 가만히 있으랬잖아. 그럼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안 그래요?” 불시에 다가온 손이 뺨을 어루만졌다. 보이지 않는 가면이 벗겨진 듯한 착각이 들었다. *** 가장 안전한 줄 알았던 그의 곁이 사실은 가장 위험한 장소였다. 내가 그에게서 도망치려 하면 할수록, 그의 집착은 더 심해졌다. “곁에 두고 싶어요. 내가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게. 당신이 예전처럼 나만 보고, 내게 속을 다 내보였으면 좋겠어.” 피도 눈물도 없는 사이코패스에게 감정이 생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