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숙이며 헛웃음을 내뱉던 진후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책임은 져야지. 처음을 가졌으니.” 역시 자신이 처음이었다는 사실에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괜찮아요. 저는 처음이란 사실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왜 너만 처음이었다고 생각해?” 진후의 검은 눈이 날카롭게 반짝였다. “네?” “난 너와 달리 처음에 굉장히 큰 의미를 두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책임 져. 내 처음을 가져간 책임.” 믿을 수가 없었다. 처음이라 말하는 이 남자를. 유은은 자신이 벗어날 수 없는 거대한 덫에 걸렸다는 걸 깨달았다. 정진후라는 남자가 쳐놓은 덫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