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시 시작해. 처음 만났던 때부터.” 여울과 계약 결혼 후 기약 없는 해외 출장을 떠난 남편, 기태신. 해온그룹 상무이자 유일한 후계자인 그가 일 년 만에 돌아왔다. “여울아, 보고 싶었어.” 그런데 이 남자, 어딘가 이상하다. 한때 우리가 부부였다고는 하지만 친밀한 사이는 아니었잖아. 늘 냉정했던 남자의 입에서 나온 생경한 말에 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어느새 성큼 다가온 태신의 체취가 여울에게 훅 밀려들어 왔다. “사랑하지도 않는데 당신과 결혼했을 리는 없잖아. 안 그래?” 그가 겨우 눈만 깜박거리고 있는 여울의 입술을 누르며 속삭였다. 가늘게 숨을 내뱉는 찰나, 벌어진 입술 사이로 태신의 혀가 침범했다. “당신이 이렇게 예민한 사람인 걸 내가 모른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그, 그만…….” “입으로는 그만이라고 하면서 이건 뭐지?” 결혼은 비즈니스라고 했던 그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 사라졌던 그가 느닷없이 여울에게 미친놈이 되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