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이로군. 이렇게 제대로 보는 것은.” 지독한 시간이었다. 감옥에 갇혀 고문당했고, 은인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했고, 도망쳤고, 복수를 위해 7년 만에 다시 제도에 돌아갔을 때 셀레스티나 또한 죽임당했다. 그리고 기적처럼 시간을 되돌아온 지금, 그녀는 결심했다. 이번에는 이 남자를 꼭 지키고 말겠다고. 그래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길 바랐다. 어떤 위험에도 뛰어들지 않길 바랐다. 그녀를 위해 그 무엇도 희생하지 않길 바랐다. 그런데 어째서……. “가끔 그대가 꿈에 나온다. 이상한 일이지. 그대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 꿈에 나왔다고 하지 않았나.” 지키기 위해 숨기는 셀레스티나와, 꿈을 통해 다가가는 카를로스. 겨울의 끝자락에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일까, 새로운 시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