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 한 선비님이 도련님과 이야기 나누기를 청하십니다. 여인만으로는 적적하실 것 같다고 도련님의 좋은 말동무가 되어드린다는데, 안으로 뫼셔도 될지요?” “선비라면 나쁠 것 없지. 안으로 들여.”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벌컥, 방문이 열리고 큰 갓을 눌러 쓴 한 선비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다른 사내들에 비해 호리호리한 체형의 그는 기모가 새 술상을 들여오는 동안 앉지도 않고 꼿꼿이 서 있더니 윤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한양 최고 한량은 대체 어떻게 노나 궁금해서 와 봤는데, 여인도 없이 이리 혼자 계실 줄은 몰랐습니다?”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내뱉는 그의 목소리에 순간 윤이 흠칫하여 선비의 얼굴을 다시금 쳐다봤다. ‘행색은 분명히 사내인데, 목소리는 어찌 여인의 것처럼···.’ “남의 술자리에 끼어들었으면 인사부터 해야 하지 않나? 어디 사는 누구인지, 그것부터 밝혀.” 선비에 대한 궁금증에 윤이 그를 보며 말했다. 그 말에 선비는 무언가 망설이듯 머뭇대더니 이내 살짝 미소 지으며 답했다. “박문식. 그것이 제 이름입니다. 꽤 흔한 이름이지요? 후후.” 박문식. 그건 지금 기방 앞에서 지안을 기다리는 사내종의 이름이었다. 조금 미안하지만 지안은 사내종 문식의 이름을 잠시 동안 빌리기로 마음먹었다. 이 자리에서 곧 윤과 본격적인 첫 수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아주 잠시 동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