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서영 씨, 남자 친구랑 헤어졌다고 했었나?” “갑자기 무슨 소릴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무슨 소리긴. 청혼하는 거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상대의 약한 부분을 아무렇지 않게 건드리는 남자, 차무건. “결혼하면 좋아하는 것, 실컷 하게 해 줄게요.” “전무님…….” “너 나 좋아하잖아.” 그의 곁에 있기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하는 여자, 우서영. 두 사람의 계약 결혼은 문제없이 지속되는 듯했다. 서영에게 변화가 찾아오기 전까지. * “내가 아이를 원하지 않는 진짜 이유.” 제게서 그의 아이를 보게 하고 싶지 않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할 말을 잃은 서영을 두고 무건은 태연히 말을 이었다. “우서영 몸에 나 아닌 누군가가 있는 건 용납 못 해.” “그게, 무슨…….” “나 아닌 생명체가 네 몸의 영양분을 먹고, 네 체온을 느끼고, 심장 고동을 공유하는 게 싫어. 나 아니면.” 그녀를 담은 눈동자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깊은 색이었다. 표정만으론 도무지 그의 생각을 짐작할 수 없었다. “그게 이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