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제 그만해.” 어린 시절부터 태랑에게 남자는 오로지 신우진, 하나뿐이었다. 그랬기에 터무니없다고 생각한 아버지의 죄로 말미암아 그와 약혼을 하게 되고, 그의 육욕을 해결해 주는 존재로 전락했어도, 태랑은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우진의 곁을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그와의 결혼을 6개월 앞둔 때, 태랑은 이 결혼이 불행으로 가는 길이라는 걸 깨닫는다. 사랑하는 남자, 우진의 행복을 위해선 자신이 떠나는 게 옳은 일, 그런 생각 끝에 파혼하자고 어렵사리 말을 꺼냈는데 흔쾌히 허락해 줄 것이라 믿었던 우진의 반응이 예상과 다르다. “다 받아낼 거야. 내 빚. 아버지의 빚. 받아낼 수 있는 만큼 다.” “…….” “너한테 아무것도 남지 않을 때까지 전부 다. 그래야 공평하지. 안 그래?” 게다가 굳게 다잡은 마음이 무색하게도 태랑은 우진이 선사해 주는 쾌락의 늪에 또다시 빠져버리고 마는데…. “말하게 될 거야, 주태랑. 나를 원한다고. 나 없인 못 산다고.” “하아, 하아, 하아.” “내가 그렇게 만들 거야. 오늘이 가기 전에.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