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을 일곱 번이나 칼로 찔러 살해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2년 전 해뜸 보육원 화재 사건 당시 생존한 아이 하나가 한재영이 있던 병원 응급실로 실려 왔다. 목숨이 위태로운 정도는 아니었으나 수술 중 아이의 몸에서 수많은 자상과 채찍 자국들이 발견됐다. 분명한 학대의 흔적이었다. 아이가 지목한 학대 가해자는 대영그룹의 장남이자 누리 재단 이사장인 이익중이었고, 아이는 결국 불길에 휩싸여서야 빠져나올 수 있었던 지옥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당시 참고인이었던 재영은 또다시 법정에 섰다. 이번에는 재벌가 장남을 찔러 죽인, 살인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스승이자 주치의인 최태경의 도움으로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 판결을 받은 재영은, 구속된 이후 정신과 의사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진 자신의 상태를 잘 알고 있었기에 선뜻 병원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본가로 돌아간 재영에게 성결 병원 CEO 제우진이 찾아오고, 그 소식을 들은 태경은 흡혈귀 중에서도 우진과는 엮이지 말라는 충고를 남긴다. 「우리 병원 오면 아까 그런 애들, 함부로 너 못 건드려. 난 품 안의 것들을 꽤 귀하게 여기거든.」 분명 의사 자리는 거절했을 텐데, 우진은 잘생긴 얼굴로 시도 때도 없이 재영을 쫓아다니는 것도 모자라 보호 본능까지 자극한다. 재영은 결국 우진의 끈질기고 적극적인 공세에 못 이겨 제 발로 성결 병원에 들어가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