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부여 능산리 옛 절터에서 발견된 백제의 시 '숙세가'에 작가의 상상력을 덧붙여, 한편의 사랑 이야기로 만들었다. 7세기 초의 백제를 무대로 원수의 딸을 사랑하게 된 한 남자, 혜량의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백제의 일상생활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백제인의 의상과 주거 생활에 관한 상세한 묘사가 실려 있다. 백제군 4만명을 전멸시킨 아막산성 전투에서 복수를 다짐하며 살아남은 '혜량'. 출중한 무공과 출생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그는, 원수인 '해수 좌평'의 딸 '금지'를 죽음의 위험에서 구하게 된다. 늘 차갑고 쌀쌀맞은 혜량에게 금지는 마음이 흔들리고, 두 사람은 조심스레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이들의 인연은 원수의 딸이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선대로부터 현 백제 왕인 무왕에게까지 얽혀있는 짙은 인연의 끈이 이들을 휘감고 있다는 사실이 서서히 밝혀지는 것. 사랑과 복수 사이에 갈등하는 혜량에게 피할 수 없는 선택의 기로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