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살부터 이어진 질긴 인연. 그리고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두근거림. 도하에게 기억된 권도형의 모습은 항상 뒷모습뿐이었다. 자신이 놓으면 언제든 끝날 사이, ‘친구’. 제 마음을 들킬까, 노심초사하며 항상 과한 반응으로 도형을 대했다. “오랜만에 보네. 기도하. 너 설마 아직도 나 좋아하냐?” “미쳤냐? 나 너 좋아한 적 없다고!” 함께한 시간에 비해 무척이나 짧았던 공백기는 그렇게 끝났다. 빌어먹을 수치의 역사를 또다시 이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도하는 그들의 질긴 역사가 어딘가 묘한 방향으로 흘러감을 느꼈다. “너 나랑 키스하는 상상, 해 봤어? 한 번도 해 본 적 없어?” “기도하, 그런 말은 술 깨고 해. 정상적인 승인 절차를 밟고 하라고.” 도하가 마음을 먹은 순간, 어디선가 평소와는 다른 낯선 향기가 흘러 들어왔다. 한 번도 균열이 간 적 없는 이 관계의 새로운 서막을 여는 듯한 묘한 향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