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 사람만 바라보는 한결같은 여자, 수련. 당신과의 인연을 주신 하늘에 감사합니다. 아니, 나의 하늘이었던 당신께 감사합니다. 당신과 누렸던 짧은 시간이 너무나 행복하여 쉽사리 손을 놓을 수가 없습니다.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더라도… 항상 바라보고… 기억하겠습니다. 그러니 당신은 절 기억하지 마시지요. 보잘 것 없는 저로 인해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의 괴로움은… 제가 모두 가져가겠습니다. 그녀 하나만을 지키는 태산 같은 남자, 시준. 큰 것을 바라지는 않았다. 그저 사모하는 이와 함께 조용히 살고자 했음인데…. 수련, 내 너를 처음 만났을 때, 작은 손으로 커다란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던 네 모습을 기억한다. 몇 년이 흘러 다시 내 앞에 나타났을 때의 네 눈도 기억한다. 우리 두 사람이 서로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도 기억하고, 동굴에서의 아름다운 첫날밤도 생생히 기억하고, 너의 아름다운 웃음소리와 보석 같은 미소를 기억한다. 그렇게 만나고 이렇게 너를 떠나보내야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면 난 그 운명을 거슬러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운명을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