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느닷없이 승검이 탄성을 뱉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무심코 통증을 감싸려 뻗어 나간 승검의 손이 향한 곳은 어처구니없게도 뺨이 아닌 제 왼쪽 가슴이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걱정스러운 눈으로 물어 오는 솔의 얼굴이 남의 속도 모르고 말갰다. 쿵쿵. 소란스레 뛰어 대는 심장을 행여 들키기라도 할까 승검은 죄 없는 티셔츠 가슴께를 마구잡이로 구겼다. “서승검. 어디 아픈 거냐고.” “어.” “어, 어디가?” 휘파람 소리를 닮은 미풍이 이팝나무 가지를 흔들었다. 수만 개의 꽃잎이 승검의 눈을 어지럽혀 놓았다. 그중에서도 송솔만은 시야 한가운데 뚜렷하게 서서 심장을 연신 욱신거리게 만들었다. “……사랑니래.” 꽃잎으로 온통 하얗게 물든 5월의 크리스마스 하늘을 올려다보며 승검은 생각했다. 하필이면 이렇게나 좋은 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