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의 연애를 끝내고 동일한 기간만큼 힘들어하던 아영은 어느 날, 우연히 찾아온 깨달음으로 인해 동면에서 깨어나게 되고, 곧 미국으로 떠나게 될 우겸에게 특별한 제안을 한다. 「첫째, 불꽃같은 사랑은 가볍고 깔끔한 관계를 보장한다. 둘째, 즐거운 감정을 목표로 한다. 그 감정은 당연히 육체와 정신 모두를 포함한다.」 더 이상 깊은 관계를 맺기 거부하는 아영과, 누군가와 깊은 관계를 맺어 본 적 없는 우겸은 가벼운 마음으로, 끝이 정해진 연애를 시작한다. 그 어느 때보다 솔직하고 유쾌한, 계약 연애를. * 누군가 호기심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이 죽일 놈의 호기심이라고. 그런 호기심이 반문했다. 남자 엉덩이를 뒤에서 적나라하게 본 적 있냐고. 누가 시원하게 까서 보여 준 적 있냐고. 답은 물론 ‘아니.’였다. 지금 이 순간 전까진. 오늘의 그는 침대에서 느긋하게 스트레칭하는 사자가 되어 있었다. 옷을 벗어 던지고 포즈를 취하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오히려 나체로 예술상 같은 포즈를 잘도 취하고 있었다. “어떤데요.” “설명을…… 원하는 거예요?” 활짝 열린 엉덩이 두 쪽을 내 입으로 설명하라고? “네. 이왕이면 꼴리게. 퇴폐적으로 부탁해요.” 엉덩이를 내밀고 있으면서도 오만하게 웃는 그에게 퇴폐미를 느끼는 게 나라니. 그녀는 심각하게 본인의 취향을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