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 같은 하찮은 섬, 사죽도에 자발적으로 내려온 도우영. 신선놀음이나 하다 갈 생각이었는데, 웬 여자를 만났다. “우영 씨가 섬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드릴게요.” 눈길을 사로잡는 외모에 백지처럼 순수한 성격, 그리고 빨고 싶을 만큼 촉촉한 눈망울을 가진 여자를. “오해하게 하지 말아요. 친구 할 거면 친구답게…….” “미치겠네. 두고두고 아껴 먹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지루하기만 할 줄 알았던 삼 개월의 섬 생활. 하지만 서달아를 본 순간 기존의 생각도, 계획도 바뀌었다. “내가 실수했네. 착각하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내가 달아 씨랑 하고 싶은 건, 같잖은 친구 따위가 아니거든요.” 갑작스러운 우영의 말에 달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반듯한 코끝이 닿을 듯 아슬아슬하게 스쳤다. 흐린 달빛이 비치는 어둠 속, 남자의 눈이 요요하게 빛났다. “나, 달아 씨를 핥고 싶어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몽땅.” 따뜻한 입김이 귓바퀴를 타고 흘렀다. 분명 닿는 건 온기였는데, 목뒤부터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누가 친구한테 그러고 싶겠어요.” 몸이 그대로 굳어 버린 그녀의 귓가에 우영이 마저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