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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계집을 공유할 마음 없습니다. 여자를 나눠 쓰는 건 취향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숙부의 모반으로 인해 왕좌를 떠나 트라바스타의 한적하고 척박한 영지 루그둔으로 숨어든 국왕 시빌 반 리카를로. 그를 노예 삼은 가엽고 아름다운 아가씨 엘제 폰 로아테. 어느 비 내리는 초여름. 영주의 어리고 연약한 외동딸 엘제는 성을 들른 노예 상에게서 아름다운 소년을 얻게 된다. 그의 신분이 추격을 피해 달아난 소년 왕이란 걸 모른 채 그에게 ‘이안’이란 이름을 주고 하염없이 소년을 사랑하게 된 엘제. 그러나 그는……. “내가 그렇게 좋습니까?” 피가 식었다. 엘제가 무너질 것 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 밤도 와야 해.” 이젠 중요하지 않았다. 이젠 회복될 수 없다는 걸 안다. 엘제는 그의 마음을 영영 얻지 못할 것이고. 그는 엘제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오늘 밤도 날 안아줘야 해.” 기한이 정해져 있는 관계라면, 끝이 멀지 않은 관계라면 엘제는 악착같이 그에게 매달려 있을 작정이었다. 억지로라도 그를 가져 갈취할 예정이었다. 그럼 죽을 때도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의 아이를 낳다가 죽어도. 이안이 한 자락 내어 준 것을 닳도록 쓰다듬으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