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는 내가, 그저 일 시키는 상사일 뿐이야?” 아니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키스도 그것도 너한테는 그런 거냐고.” 그럴 리가 없지 않냐고. 어떻게 그런 마음으로 그걸 할 수 있냐고. 10년 전부터 홀로 품어온 마음. 어머니가 그의 집에 들어가서 일을 할 때부터 지켰던 마음은.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 바스라졌다. 그가 지나가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상사로 다시 만났을 때도, 처음 키스를 했을 때도. 그리고 처음으로 몸을 섞었을 때도. 그가 소중하지 않은 순간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하지만 그러기에 나는 당신을 붙잡을 수 없다. 결국 당신은 내 마음을 찢을 테니까. 나는 짓밟혀서 숨도 못 쉴 때 당신은 나 따위는 돌아보지도 않고 가 버릴 테니까. “네, 그래요.” 나는 돌아섰다. 더는 그를 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 관계로라도 곁에 남는 것은 비참했다. 하지만 그를 계속 보고 있다가는 나는 비참한 것을 선택할 것이다. 그가 내 왼쪽 어깨를 잡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숨소리가 바로 귀 옆에서 들렸다. 나도 모르게 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찰나. “그럼, 오늘 야근 좀 하지.” 그의 눅눅한 음성이 내 귓전을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