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랑 잘래요?” 방금 무슨 얘길 들은 거지. 너무 아무렇지 않게, 무려 순수하기까지 한 얼굴로 물었다. 마치 ‘현겸 씨 MBTI가 뭐였더라?’ 하는 질문보다도 더 사소한 물음을 던진 사람 같았다. “많이 놀랐나 보네.” 태하가 넋이 나간 현겸을 보며 웃었다. 분위기를 풀려는 웃음인 건 알겠지만 현겸으로선 더욱 황당해졌다. “지금 뭐라고……. 제가 잘못 들었을까요?” “제대로 알아들었으니까 놀랐겠죠. 잘 들었어요. 나 방금 현겸 씨한테 나랑 섹스할 거냐고 물어봤어요.” 지금 저 입에서 나온 단어가 분명히 ‘섹스’였다. “미치셨어요?” 상사한테 이렇게 묻는 것도 미친 거라는 걸 알지만 먼저 미친 건 저쪽이니까. 차라리 회사 나가라는 말을 듣는 쪽이 더 현실성 있었다. “내가 너무 단도직입적이었나…….” “돌려서 말하면 안 미친 게 될 것 같으세요?” 현겸의 입에서 험한 욕이 밖으로 뱉어지기 직전이었다. “게이라서 우스운 거 아니고.” “…….” 뜨거워지던 현겸의 머리 위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태하가 자신의 휴대폰을 들이밀었기 때문이었다. “꼬셔본 건데.” 태하의 휴대폰 화면에는 현겸에게도 익숙한 게시물이 띄워져 있었다. [금밤 섹 상대 구함 기본 매너 필수 서로 하룻밤 즐기기만 애인 발전 절대 사절 #이태원 #원나잇]